대체복무제도, 시작도 안했지 않은가? 나는생각한다

1.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2년여의 병영생활대신 다른 방법, 즉 사회 봉사를 통해 병역의무를 대신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뭐, 어짜피 이문제,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제각각이라서 답도 안나오고 떠들어봐야 입만아픈 소리지만,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왈가왈부 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가?

2. DSmk2님의 글에서 명시된 것 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해서 군대 갔다 온 사람이 비양심적이라는 논리는 잘못됀것이다. 솔직히 필자도 이런 반응을 보였던 적이 있어서 뜨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글자 그대로 "전쟁에 동조하는 일 자체부터가 나쁜것이다!"라는 개인의 판단하에 이루어 지는 행위다. 뭐, 어떻게 보면 꽤나 유격이 없는 생각같지만서도 전쟁이 좋은 일은 아닌것이 분명하고, 군대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것이 맞긴 하므로 저런 판단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군대간 나는 양심불량이냐?"라고 하는것은 필자의 경우 솔직히 불자면 "투덜대기" 정도의 일인 것이다.

3. 하지만,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사회의 시스템이 징병제인 이상, 이것에 반대하여 멋대로 "난 싫소"해버리는 것도 그냥 넘어갈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군대란 것은 "있어봐야 좋은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앨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간혹, 군대 없애면 만사형통식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체 머릿속에 뭐가들은거냐.)
있어봐야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군대는 소비가 생산을 상회하는 조직임엔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얻는것보다는 잃는것이 많은곳이 군대이다. 당연히 개인의 피해(좋게 말하면 희생)가 발생하게 되고, 누구나 기피하는 곳이 될수밖에 없다.

4. 그런점에 있어서 현재 발표된 대체복무제에 난 찬성한다. 허나, 지금의 제도는 터무니 없을정도로 어려운 근무조건을 제시해서 병역 거부자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 되어버릴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공존님의 글)
글쎄....필자의 근무지가 좀 빡세서 그런건지 그렇게 과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군생활때 한가지 알게 된것이, 내가 보통 말하는 속도로 "시발"을 발음하면 한시간에 칠천번정도 할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그런짓을 했냐면, 한겨울에 영하 20도를 밑도는 산바람 휭휭 불어 제치는 초소에서 한시간 근무를 서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시발"밖에 없다. 추위에 떨다가 심심해서 해본 계산이 "시발" 두번 발음 하는데 1초쯤 걸린다는 거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또 근무서면서 계속 "시발"거려주는게 좋은것이, 그냥 입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교체근무자가 와서 수하를 할때 볼이 얼어서 발음이 어설프게 나온다. 당연히, 수하 똑바로 안한다고 개갈굼 당한다.

5. 뭐 이런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무용담이 아니더라도, 부실한 식사에 젊을때나 할수 있을법한 중노동, 상급자들이 주는 스트레스, 집과 떨어져서 외진곳에서 근무함에 발생되는 향수 등등 단지 총하고 폭탄 다루니 위험하다라는 조건 달지 않아도 군생활이 누구에게나 기피대상이 될 정도로 빡센것은 사실이다.
그런 고생을 겪지 않는 대신,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라는 이야기는 어찌보면 업무의 고단함은 있을지언정 업무외의 생활이 주는 스트레스가 있을까? 군대처럼 업무도 고단하고, 업무외에도 스트레스 받는 환경보단 나을거라고 생각한다.
그정도도 감수하지 않겠다면 대체 뭘 해보겠다는 것인지. 물론 그런것 이외에도 다른 대체 복무수단은 존재한다. 하지만, 큰 훈련없이 해낼수 있는 경찰쪽은 이미 정원이 찼고, 소방관을 하자니 전문적인 훈련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그 인원들을 동사무소로 돌려서 공익 요원으로 쓰자니 지금 있는 공익의 선발 조건과 형평성이 안맞고 그나마 사회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곳을 찾다보니 나온곳이 요양시설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지. 요양시설에서조차 근무하기 싫다면, 요양시설정도의 수준에서도 근무하지 못하는 일반 군인들과의 사회적 형평성은 어떻게 맞춰줄 것인지 그 대안이 궁금하다.

6. 차라리, sonnet님의 글같은 사안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쟁이 나면 싫든 좋든 나가 싸워야 하는것은 어쩔수 없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28만원 아저씨같은 비상식적인 군사력 사용이 아니더라도 군사력을 사용해야 하는 일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럴때 저 인원들은 어떻게 할것인가? "싸워본적 없으니 그냥 가만히 있어라"는 말은 "폭탄 떨어지는거 몸빵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군대에서는 죽이는 법 뿐만 아니라 살아남는 법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애들 장난보다도 못한 예비군 훈련이나 민방위를 그래도 끝끝내 하고 있는 이유는 전시에 그런 어설픈 짓이라도 해야 한명이라도 더 살릴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어설픈 짓"조차 배우지 못한 인원들, 어떻게 할것인가?

7. 이래저래 말이 길어졌는데, 하기사 대체복무제 시행한답시고 이런짓 저런짓 하다가 박살나는 예산 생각하면 이런 담론들 모두 소중한것이다. 형평성의 문제도 해결됐다고 말하기 힘들고, 대체 복무자에게 과중한 업무가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긴 하다.
전부 수긍은 한다. 그러나 아직 시작도 안했다. 일단 시작하고 개선해 나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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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lus 2007/09/19 18:28 # 답글

    그래도 일단 시중에 담론이 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DECRO 2007/09/19 18:36 # 답글

    애당초 억지로 끌고가는 국가 부터가 잘못이죠.
  • sonnet 2007/09/19 20:08 # 답글

    사실 시작한다는 시점이 대통령선거 후여서 선거 결과에 따라 없던 것으로 되어 버린다든가 할 수도 있습니다.
  • 미친과학자 2007/09/19 20:37 # 답글

    blus님 // 뭐....차별을 인정하는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는 나은거죠.
    DECRO님 // 암만봐도 표를 낚기위한 정책같다능.
    sonnet님 // 그랬다간 OTL. (참고로 전 갔다왔드랬죠)
  • 떠리 2007/09/19 20:52 # 답글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가까운 상태? (선거끝날때까진..)
  • blus 2007/09/20 01:02 # 답글

    엣? 그 반대가 아닐까요?;;
  • 미친과학자 2007/09/20 01:21 # 답글

    떠리님 // .....타키온 입자에게 묻는 수밖에 없겠군요/
    blue님 // 앗차....제가 단어 선정이 틀렸네요. 죄송합니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써야 하는데 말이죠.
    "반성해!" "반....반성하겠습니다"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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